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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Simple but Serious

10년 지기 친구 커플을 위한 결혼식 축사 전문

by Mellowee 2018. 6. 10.


토요일에 친구 커플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하고 왔다. 대학교 1학년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소영이와 영주 커플의 결혼식이었다. 사실 축사를 하는 것은 첫 경험인지라, 결혼식 직전까지 무슨 얘기를 해야할지 고민이 돼서 애를 먹었다. 약 한달 전에 이 부부가 '우리 축사 너가 해주지 않을래?' 라고 했을때, 너무 쉽게 대답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결론적으로 축사를 한 것은 참 잘한 일이었다. 대본의 몇 단락을 넘기도 전에 두 친구의 눈가가 촉촉해지는 모습을 마주하는 일은 친구로서 참 영광스러운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축사의 에피소드들을 결코 남일 처럼 느끼지지 않았을 선배, 후배들로부터 '감동적이었다'는 후기를 듣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다. 


스무살부터 서른까지 오랜 인연을 이어 온 이들 부부에게 다시 한번 축하 인사를 전하며 그날의 축사를 기록해 본다.




10년 지기

친구 커플을 위한

결혼식 축사 전문


안녕하세요 하객여러분? 저는 소영이와 영주의 친구, 박세희라고 합니다. 보통 친구가 결혼 축사를 하면 부부 중 한 사람 편에서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는 신랑의 몇 안 되는 이성 친구이자, 신부의 대학교 같은 과 같은 동아리 친구로서 두 배의 기쁨으로 축사를 하게 되어 더 영광이네요.


두 사람이 서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스무살 시절 입니다. 저 역시 그때부터 이들과 친구였습니다. 덕분에 두 사람이 연인 이전에 좋은 친구였을때부터, 그리고 오늘 부부에 이르기 까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두사람의 지난 연애 시절을 기억해보면서, 이 둘이 결혼 후에도 꼭 기억했으면 하는 세가지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첫째, 저는 두 사람이 마흔이 되고, 예순이 넘어도 서로의 얼굴에서 스무살을 기억하기 위해 노력하길 바랍니다. 


원래 두 사람은 동국대학교 클래식기타 동아리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사실 소영이는 저와 함께 신문방송학과 새내기였는데요, 제가 먼저 기타 동아리에 가입하고 나서 그녀에게 동아리를 소개시켜준 덕분에 클래식 기타 동아리에 가입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 결혼은 제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물론 저는 그때 “ 야 근데 거기 멋있는 남자애들 하나도 없어..” 라고 말하긴 했지만 다행히 소영이는 그곳에서 저와 함께 기타를 배우고, 설레는 연주회에 오르며 스무살을 충실하게 보냈습니다. 참 좋은 선배들과 친구들과 아름다운 음악 속에서, 그야말로 낭만적인 대학생활을 즐겼습니다. 그곳에서 미래의 남편도 만났으니 인연이란 참 모를일이죠?


이렇듯 스무살은 모든게 새롭고 여러가지 시작과 만남으로 들뜨는 시간입니다. 그 시절 영주와 소영이가 얼마나 풋풋하고 어리고, 예쁘고 잘생겼는지 여러분은 잘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하객 여러분, 인생이 늘 캠퍼스커플의 아름다운 봄날 같지만은 않습니다. 아시다시피 산다는 건 로맨틱 코메디처럼 늘 해피엔딩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이 두사람이 삶에 지칠 때마다 서로의 얼굴에서 스무살을 발견하길 바랍니다. 서로의 가장 젊고 희망과 모험심으로 가득했던 스무살의 얼굴을 떠올리며 다시 한번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20대를 함께 지나온 오랜 연인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클래식기타 동아리에서 배운 하모니의 비결을 결혼 후에도 꼭 기억하길 바랍니다. 저희가 동아리에서 배운 가장 소중한 교훈은, 하모니를 만들기 위해 중요한 것은 같은 멜로디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속도와 박자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기타 연주 스타일만 보더라도, 영주와 소영이는 참 다릅니다. 영주는 묵직하고 낮은 음을 탁월한 박자감과 함께 안정감 있게 다룰 줄 알고, 소영이는 빠른 멜로디를 맑고 선명하게 연주합니다. 부부로서 두 사람의 역할과 성격도 참 다를 것 같습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떤 사람은 도전하고 싶어하고 어떤 사람은 쉬어가고 싶을 겁니다. 그때마다 혼자 앞서거나 멈추지 말고 옆 사람의 연주에 귀 기울이며 맞춰가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두 사람의 인생이, 솔로곡이 아닌, 멋진 듀엣곡 무대로 완성될 겁니다.


세번째, 대학 시절 그러했던 것처럼 소영이와 영주의 앞날을 우리 클래식 기타 동아리 동기들을 비롯해서 여기 계신 부모님, 친구들, 그리고 하객 여러분들이 함께 응원할 거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특히 저희 동기들은, 참 서툴고 철 없는 스무살에 만나, 각자 외국에 나가고 군대에 다녀오고 또 취업으로 속앓이를 하면서도 서로의 사랑과 우정을 응원해 왔습니다. 앞으로 삶이 힘들고 지칠때 오늘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둘만 이겨내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의지 하기를 바랍니다. 기쁘고 즐거운 일이 생겼을 때에도 늘 여러 사람들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마지막 축하 인사를 끝으로 이 축사를 마치려 합니다. 영주야 소영아, 너희가 언젠가 결혼을 할 거란걸 알았는데 이렇게 앞에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너희 두 사람의 예쁜 모습은 대학 시절 내 연애의 롤 모델 이었어. 결혼 생활도 그랬으면 좋겠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해. 


하객 여러분, 축사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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