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 Couch Surfing in Europe 12

독일 S-Bahn에 앉은, 스물셋의 빚쟁이 나 대신화 내주는사람들━━━━━━ "Warte! Warte eine Sekunde!"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기차를 눈 앞에서 놓쳤다. 제 시간에 역에 도착해서 플랫폼 번호를 제대로 확인하고 기차가 들어오는 소리도 분명히 들었는데, 참 황당할 노릇이었다.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는 기차 문이 열리질 않았던 게 문제였다. 문이 열리는 곳까지 즉시 뛰어갔지만 이미 늦었다. 자동문 닫히는 속도는, 내 뜀박질보다도 빨랐다. 누굴 뭐라할 수 있겠는가. 외국인 여행자의 서투름에서 비롯된 해프닝일 뿐. 나중에 다른 여행자에게 들은 일인데 늦은 시간에는 열차들이 모든 문을 열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사람이 아직 안 탔다구요! 여기!여기!" 굳게 닫힌 열차의 문앞에서 나 대신 화내주는 것은 초등학교 5학년쯤 되어.. 2018. 1. 21.
환상과 현실 그 사이, 유럽 생활자 특권 환상으로의 도피 ━━━━━━ 날씨가 한창 반짝이는 봄날, 부활절 휴가가 있는 것은 유럽애들의 복이다. 그건 내게도 복인가? 덕분에 그 봄날에 맞처서 독일 여행을 나왔다. 부활절 기간에는 학교 수업이 없다는 것을 알고 뒤도 돌아볼 것 없이 떠나온 거다. 목적지는 뮌헨, 드레스덴, 밤베르크, 그리고 베를린. 4개의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에서 4가지 개성을 가진 카우치서핑 호스트들을 만나고 올 셈이다. 마침 비행기 티켓도 편도 60 크로네 (NOK), 당시 환율로 계산하더라도 불과 11,000원 정도. 이럴 때 독일 여행을 안 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평소에는 노르웨이의 열혈 생활자로 살다가, 틈만 나면 근교 유럽으로 떠난 데에는 이런 저가 항공 덕이 컸다. 노르웨이의 살인적인 물가를 생각하면, 저가.. 2016. 12. 22.
너는 Always Smiling 하는 사람이야 카우치서핑의재미 ━━━━━━ "옥수수도 아니고 옥수수수염에서이런 맛이 난다고? 음~ 좋다." 카우치서핑 기념 선물로 건네준 옥수수수염차를 바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며 로라가 말했다. 동그랗게 두 눈을 뜬 그녀의 파란 눈을 보니 옥수수수염차의 향이 싫지 않은가 보다. 뮌헨에서 만난 로라는 2박 3일 동안 나를 거실에서 재워줄 동갑내기 호스트다. 그녀는 아시아 문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내가 그녀에게 카우치서핑 호스트 리퀘스트를 보냈을 때는, 마침 그녀가 남자 친구 팀과 함께 한국 여행을 준비 중인 시점이었다. 무려 3주 동안이나 한국 전역을 여행할 계획이었다. Hey Sehee, you are very welcome to stay with Tim and me from the 19th to 21st! W.. 2016. 12. 22.
짜파게티가 구한 파리의 기억 바스락 바스락생존 본능 ━━━━━━ 이틀 전부터는 배낭을 멜 때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난다. 3 일 전에 니나와 함께 파리에 있는 아시안 마트에 갔을 때,눈물나게 반가웠던 짜파게티 여럿을 냉큼 사다 배낭에 구겨 넣은 덕분이다. 지극히 생존 본능에 의한 선택이었다. 그때 나는 파리 여행이 끝나면 노르웨이 기숙사로 돌아가야 했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오슬로에는 짜파게티를 파는 곳이 없다. 게다가 파리의 물가는 노르웨이보다 의외로 친절했다. 그러니 바스락 바스락 가방이 짜파게티 포장지와 부딪치는 소리가 어찌나 든든하고 반갑던지. 재밌는 것은, 짜파게티의 쓸모가 오슬로로 돌아가기 전보다 훨씬, 빨리 발휘됐다는 거다. 트루(Tours)에서 돌아온 밤, Trocadero역에서 샤이오 궁으로 나가는 1번 출구로 걷.. 2016. 1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