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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9 Days A Year /Hotel Review

[터키 이스탄불 호텔 추천] 4성급 호텔 카라코이 룸스(Karakoy Rooms) 리뷰

by Mellowee 2017. 3. 8.



Karakoy Rooms Building ⓒKarakoy Rooms.






Istanbul, Turkey

Karakoy Rooms 

터키 이스탄불 호텔, 카라쿄이 룸스


  • 스타일  Modern  / Local  / Casual 
  • 청결도 ★★★★★
  • 접근성 ★★★★☆
  • 성비 ★★★★☆
  • 분위기 ★★★★
  • 체류한 객실 종류 Deluxe Double Room with Sea View
  • Point 스타일리쉬한 플랫에서 내 집처럼 스테이!


사람 마다 여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내게는 '숙박'이 그렇다. 단지 예쁘고 쾌적하고 럭셔리한 공간을 좋아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공간만의 특색'이 드러나 있는 곳에서 머물길 좋아한다. 하룻밤을 자더라도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새로움'을 '안락한 상태'로 즐기기 위해서다. 샤워실에서 나와 잠들고 일어나는 시간 또한 내게는 새로운 경험을 위한 '여행'의 연장선이다. 


그게 가능한 곳이라면 7성급 호텔이든, 혼숙을 피할길 없는 호스텔이든, 3대가 모여 사는 가정집 부엌 한 켠이든 상관 없다는 생각이다. 그런 면에서 카우치서핑이나 에어비앤비만한 즐거운 수단이 또 있을까? 집주인 마다 다른 미감과 취향을 구경하는 재미는 여행의 새로움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터키 여행 중에는 현지인의 집에 머무는 류의 일들은 모두 보류 해야 했다. 여행을 결심하기로 한 2016년 8월, 터키에서 현 에르도안 대통령을 상대로 군사 쿠데타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쿠데타라니... 역사책 속에서나 듣던 단어가 아닌지. 당시만 하더라도 터키의 정국은 외국인이 바라보기엔 한없이 불안해보였다.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집주인의 신원 보장이 불확실한 에어비앤비나 카우치서핑은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러고보면 애초에 터키 여행은 무슨 용기로 간 건지...)  


대신 사업자 등록을 통해 정체가 확실한 호텔 업체를 알아보기로 했고, 그 중에서도 조금 더 현대적이고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진 '부티크 호텔'에 눈을 돌리기로 했다. 가능하다면 보편적인 대형 호텔에서는 쉽게 찾을 수 없는 '미적 감각'이나 '디자인 철학'을 갖춘 곳이길 바랐다. 새로운 공간으로부터 느끼는 '여행의 즐거움'은 그런 스타일에서도 누릴 수 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제일 먼저 사로잡은 게 바로 카라코이 룸스(Karaköy Rooms; Karakoy Rooms; 카라쿄이 룸스)호텔. 이스탄불 신시가지 초입의 트램역 '카라코이(Karaköy; Karakoy; 카라쿄이)역 근처에 자리한 호텔로, 호텔스닷컴(Hotels.com)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4성급 호텔로 분류된다. 무려 1910년에 지어진(2010년 아니고요) 이스탄불 카라쿄이(Karakoy) 지역의 낙후된 건물을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한다. 사진을 봤을 때부터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모던한 느낌이 가득한 것이, 굉장히 트렌디하다는 느낌이 확연했다. 


다만 이름에서도 표방하듯이 사실 이 호텔은 '룸들(Rooms)'이 전부다. 건물은 7층 규모로 아담한데, 객실은 겨우 12개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루프탑 바(Bar)나 피트니스 센터, 사우나 따위의 편의 시설은 전혀 없다. 특별한 부대 시설이래봤자 1층 식당과 옥상 테라스가 전부다. 어찌 보면 우리 나라의 '모텔'정도 되는 규모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어떻게 500여 개의 이스탄불 호텔 중에 하필 이 호텔을 골르게 됐을까? 일단 이 호텔, 군더더기 다 빼고 스타일과 실용성으로 승부하는 게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도 방 크기가 굉장히 넓은데, 내가 선택한 Deluxe Room(이 호텔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의 경우 40 제곱미터였고, 같은 가격의 Studio를 선택할 경우(키친이 포함된 형태) 55 제곱미터를 즐길 수 있었다. 이스탄불 일대의 유명한 호텔들이 슈페리어룸, 디럭스룸 할 것 없이, 트윈 침대 겨우 들어가는 20~25 제곱미터 정도의 방이 대다수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파격적인 크기다.


공간 디자인에서도 그 넉넉함이 돋보였다. 마치 레지던스에 숙박하는 것처럼, 공간이 거실과 방이 사용의 구분을 염두하고 설계되어 있다. 실제로 여러 방들 중에는 '부엌'이 포함된 아파트형 스튜디오 룸도 선택 가능하다. 취사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곳이라면 비단 관광 호텔이 아니라 '이스탄불 카라쿄이의 스타일리쉬한 아파트'에서 자는 기분을 줄 것만 같았다. 약간 에어비앤비를 예약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Deluxe Room(40 제곱미터) 전경. ⓒKarakoy Rooms.




그리고 바로 D-DAY. 호텔에 도착하자 콧등에 반짝이는 피어싱 만큼이나 밝은 잇몸 웃음으로 나를 안심시키는 직원이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다. 그는 기꺼이 캐리어를 들어주고 내가 묵을 방문을 열어주었다. "Do you like the room?" 문을 열자마자 시야에 가득찬 실내. 첫 눈에 느낀 방 컨디션은 사진의 디테일과 전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세상에, 이렇게 크고 멋진 방을 이스탄불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그래, 이제 여기가 내 방이야!! 내 집이라고!! 비록 단 이틀에 불과한 시간이긴 했지만, 순간 이 커다랗고 심플하고 스타일리쉬한 공간이 다 나를 위해 준비됐다는 사실에 기분이 흡족했다. 이스탄불 도시 전체를 다 안은 느낌이었다.



Deluxe Room ⓒKarakoy Rooms.


침대에서 누우면 시야에 들어오는 전경


Sunlight는 신의 선물이다


Deluxe Room ⓒKarakoy Rooms.


ⓒKarakoy Rooms.

 

특히 공간에서 풍기는 미적 센스가 취향에 들어 맞았던 것 같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단언컨대 '보이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20대 여성이라면 매우 흡족해할만한 공간이다. 넓고 개방적인 공간 설계, 그리고 절제된 디자인 요소와 자연에서 선택한 듯한 색감들이 특색있게 제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뭇결, 대리석을 활용한 네추럴한 미감이나 전체적으로 채도가 강하지 않은 모노톤 컬러의 감수성도 굉장히 트렌디했다. 최근 대한민국 카페 인테리어 트렌드를 휩쓸고 있는 '자연주의' 스타일과도 닮아 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인데, 이 모든 것은 런아키텍츠(runarchitects.com)의 작품이었다. 이스탄불을 베이스로 한 건축 회사라고 한다. 완성도 있는 디자인으로 이스탄불의 디테일을 높여준 그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다만 호텔에 대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 하면, 약간 부족한 테라스 전망이었다. 나같은 경우는 애초에 몇 만원 더 지불하고 무려 'Sea View'룸을 예약했었다. 그러나 막상 이곳에 도착해 테라스에서 내려다 보니 바닷가는 바쁜 공사로 미관이 좋지 않았다.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그 공사 현장에서는 '진정한 Sea View가 무엇인지 보여줄 새로운 호텔이 한창 터를 잡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카라코이 룸스 디럭스룸의 바다 전망은, 새로이 생겨날 새로운 호텔 때문에 곧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이거 보자고 Sea View 골랐나.jpg



뒤 이어 호텔의 식사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이부분은 조금 재미있다. 사실 호텔 규모가 작은 만큼, 조식 부페는 그리 기대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카라코이 룸스의 조식은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카라코이 로칸타시(Karakoy Lokantasi)에서 제공하고 있었으니, 애초에 호텔 서비스와는 무관한 곳이려나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 이 호텔에서 의외로 선방한 게 바로 이 '조식' 컨디션이었던 것! 이 식당에는 흑발이 매력적인 여사장님(사실은 사장이 아닐 수도 있지만 느낌상 대빵으로 보였으므로)이 계시는데 한눈에도 분위기와 꼼꼼함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일단 식당 내부의 '터키색'으로 꾸며진 타일에서부터 특유의 미적 감각이 드러났다. 






플레이팅도 정갈하고 실속있었다. 비록 '부페'라고 말하기에는 꽤나 조촐한 조식이었으나 셀렉션과 꾸밈새, 재료의 신선함이 탁월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투숙객 수를 고려한 듯한 적은 양의 음식들은 각각 열과 행을 맞춰서 예쁘장하게 놓여있었고, 선택하여 맛보는 것들마다 그 신선도가 뛰어났다.   


예민하지만 속 깊어보이는 듯한 인상의 여사장은 손님들이 음식을 담을 때마다 조금씩 흘리는 요거트, 치즈 따위를 그때 그때 닦아내느라 바빴다. 예쁘고 정갈하고 깔끔한 줄맞춤 그대로를 유지하느라 애를 쓰는듯 했다. 그만큼 가지수는 많지 않았지만 준비한 사람의 자부심이 묻어나는 조식이었다. 


여타 다른 호텔들이 그러하듯, 이곳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오믈렛을 주문할 수 있고 커피와 티 종류도 고르는 데로 바로 대령해준다. 오믈렛과 커피 모두, 확실히 유럽의 3성~4성급 관광 호텔들보다도 훨씬 낫지 싶다. 


실제로 이 식당은 저녁에는 앉을 데가 없을 정도로 손님들이 가득 차 있었다. 여행이 끝나고 호텔로 돌아올 때면 야외 테이블 까지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카라코이(Karakoy) 지역은 구시가지나 대형 호텔 체인이 몰려있는 탁심 광장에 비해 그리 유명한 관광 동선은 아니다. 그런 사실을 생각해보면, 지역 주민들에게 사랑받는 맛집이었던 게 아닌가 한다.  (아쉽게도 저녁에는 다른 관광지 맛집에 가느라 이곳의 정식 메뉴를 맛보지는 못했다. 지중해식 해산물 요리와 전통 터키 전채 요리 Meze로 유명한 곳으로만 알고 있다. )







그야말로 '여심저격' 호텔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은 '카라코이 룸스'. 다만, 국내에서 익히 보아온 4성급 호텔의 규모나 서비스를 기대하고 간다면 예약은 말리고 싶다. 애초에 '공간'이 가진 쾌적함으로만 승부하는 호텔이다. 대신 '실용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추구하고 싶은 젊은 감각의 소유자라면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될 것이다.


우리 돈으로 가장 작은 방 수페리어 더블룸(Superior Double Room)은 약 8만원 돈으로 머물 수 있고 작은 부엌이 포함된 레지던스형 스튜디오룸(Studio)은 10만원 ~ 11만원으로 예약 가능하다. 내가 묵었던 Deluxe Room with Seaview 의 경우 13만원 내외. 이중 어느 방이라도 머무는 데에 쾌적하기야 하겠지만, 카라코이 룸스 특유의 '공간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Deluxe Room 또는 Studio Room 에서 묵을 것을 추천한다.  (* 2016년 기준; 당시는 터키 여행 역사상 가장 비수기였다.)


건물 전체에서 묻어나는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을 눈요기로 즐겨보길 추천한다. 호텔 옥상 테라스에서 갈라타 타워의 빼꼼 내민 머리를 바라보는 즐거움 또한 이 호텔의 작은 재미니까. 


 


떠나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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